볼품없는 소나무

1. 미국의 옐로우스톤 공원에는 라쥐 포올(로지 폴)이라는 특이한 상록수 종류의 소나무들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한때 숲의 80%를 이 나무가 점유했다고 합니다. 이 소나무의 솔방울은 굳게 다문 형상으로 닫힌 채 여러 해를 지나고 있었습니다. 식물학자들 가운데서 이 볼품없는 소나무를 용도폐기하는 것이 자연 경관에 더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더 이상 이 나무들을 키우지 말자고 주장했다고 합니다.

2. 그러나 공원 관리자들은 이 볼품없는 나무들이 자연에 제공하는 신록의 생명력을 믿고 이 소나무들을 오히려 소중히 여겨 정성을 다해 키웠습니다. 그런데 1988년 이 공원에 산불이 일어나 엄청난 피햬를 초래하면서 공원을 초토화했을 때 제일 먼저 자라난 것이 바로 라쥐 포올 상록수였다고 합니다.

3. 솔방울의 진액이 불로 녹아들면서 이 나무 씨앗들의 발아를 촉진시켰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불을 견디고 살아남은 라쥐 포올 소나무는 산불의 강한 자극을 받고 입을 열어 아름답게 열린 솔방울로 폐허가 된 공원에 부활의 장식이 되어 주었다고 합니다. 이 라쥐 포올 소나무를 키워온 공원 관리자들은 그동안 생명의 가능성을 믿고 투자해 온 보람을 보상받은 기쁨을 누리게 된 것입니다.

4. 이 땅을 살다 보면 우리의 삶이 신록의 아름다움만이 넘쳐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때로는 버려진 나무들처럼 볼품없고 가치 없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라도 인내하며 걷다 보면, 우리의 삶 가운데서도 아름다운 열매가 맺어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볼품 없고 가치 없던 시절이 있었고, 그 시절을 지나, 그 시절 덕분에 이렇게 열매를 맛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5. 그럼 어떻게 열매 맺게 될 것을 확신할 수 있을까요? 하박국 선자자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하지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먹을 것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로 말미암아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으로 말미암아 기뻐하리로다"(합 3:17~18) 우리를 이 땅에 보내시고 돌보시는, 우리를 심고 자라게 하시는 농부 되신 하나님이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분의 지혜와 능력을 우리가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6. 올해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올해를 시작하면서 가졌던 많은 기대와 바램, 그리고 한해를 지나면서 기도했던 많은 것들이 무너지고, 여전히 숙제로 남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 삶이 보잘것없고 쓸모 없는 나무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눈을 들어 우리의 농부 되신 하나님을 바라보았으면 좋겠습니다. 마침내 열매 맺게 하실 하나님을 소망함으로 믿음의 길을 걸어가는 우리가 되길 소망해 봅니다.